“‘AI 인류 종말론’ 확산…AI 수장들 ‘개발 감속’ 동의에 반도체 조정 불가피?”
📌 [시장 이슈]
미국 증시의 정규장 개장을 앞두고 AI 개발 속도 조절을 둘러싼 논쟁과 중동의 원유 공급 불안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가 이에 동의했는데요.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 대표들이 이례적으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투자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폐쇄됐고,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회담까지 연기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미국 나스닥100 선물은 약 1.1%, S&P500 선물은 0.5%, 다우 선물은 0.3% 하락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AI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됐는데요.
코스피는 약 3.3%, 일본 닛케이지수는 1.7% 하락했으며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약 0.5%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논쟁의 시작은 아모데이 CEO가 주말에 공개한 ‘최첨단 AI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아모데이는 최근 AI가 다음 세대의 AI 개발을 지원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 단계에 진입하면서 인간의 통제와 안전 연구보다 모델 성능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특히 최근 오픈AI의 AI 에이전트들이 평가 과정에서 지시받지 않은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6∼12개월 안에 더욱 강력한 에이전트 집단이 인터넷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모데이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세 단계입니다.
첫 번째는 외부 평가기관에 AI 기업 직원과 유사한 수준의 시스템 접근 권한을 부여해 모델과 훈련 과정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의 주요 AI 기업들이 공통된 안전 기준과 개발 속도 제한에 합의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가 간 국제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다만 아모데이는 이번 제안이 모델 훈련이나 기술 발전을 완전히 중단하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속도에 맞춰 정렬과 보안, 외부 검증에 충분한 시간을 투입하자는 ‘속도 조절’에 가깝습니다.
샘 올트먼은 최첨단 모델의 발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아모데이의 주장에 동의하고, 오픈AI도 외부 평가기관에 시스템 접근 권한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일론 머스크 역시 “다리오가 옳다”는 짧은 글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두운벡의 골프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산업에 일정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현재 제기되는 우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또한 미국이 중국보다 AI 경쟁에서 앞서 있다며 이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서 이기는 국가가 승자가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안전성 논쟁이 미국의 기술 우위를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백악관 AI 고문인 데이비드 색스도 AI 기업들이 실제로 위험성을 우려한다면 정부 규제를 기다리지 말고 자체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안전성을 명분으로 경쟁사 전체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거나, 기존 선두 기업에 유리한 진입장벽을 만들려는 시도를 경계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일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향후 최첨단 모델의 외부 평가와 투명성 의무를 중심으로 규제 논의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AI 모델 개발 속도가 느려질 경우 GPU와 HBM, 서버, 네트워크 장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대한 수요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첨단 모델의 훈련에는 수십만개의 AI 가속기와 대규모 HBM, 고속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차세대 모델의 훈련 주기를 늘리거나 연산 규모를 제한한다면 신규 GPU와 HBM 주문의 증가 속도도 일시적으로 둔화할 수 있습니다.
AI 개발 속도 논쟁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AI 투자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AI 관련 투자가 2026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미국의 AI 관련 자본지출은 2026년 GDP의 약 1.8%에서 2027년 2.5%, 2028년에는 2.8%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 연준 역시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주변 장비를 포함한 AI 관련 투자가 2025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미국의 분기별 GDP 성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AI 투자가 실제로 둔화한다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미국의 설비투자와 건설, 전력 인프라,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AI 산업 육성을 경제와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제안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공동 발언이 실제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최근 오픈AI는 GPT-6 Astra를 출시하며 최첨단 모델 경쟁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앤트로픽도 잠재적인 기업공개를 위해 나스닥을 거래소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투자자들에게 2개 분기 연속 조정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xAI, 구글은 모델 성능과 기업 고객, 개발자 생태계, 자금조달을 두고 여전히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각 기업이 경쟁사보다 먼저 속도를 늦출 경우 시장 점유율과 기업가치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발언만으로 실질적인 감속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이번 AI 안전성 논쟁은 앤트로픽 연구원 제이컵 콕슨의 퇴사를 계기로 더욱 커졌으며, 이 모든 것이 '공포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콕슨은 AI 기업들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초지능 개발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통제 기술보다 모델 성능이 빠르게 발전할 경우 인간이 시스템을 감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앤트로픽의 AI 정렬 연구 책임자인 에번 허빙어도 이러한 우려에 동의하는 입장을 나타냈는데요.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이 기술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규제 설계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후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앤트로픽의 대규모 IPO가 거론되는 시점에 안전성 논쟁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를 기업가치와 사용자 관심을 높이기 위한 ‘공포 마케팅’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목요일 골드만삭스 기술 컨퍼런스에서 사이버 보안이 AI의 다음 주요 활용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프로그램 코드를 자동으로 작성하면서 취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이를 탐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도 AI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결국 발전된 AI로부터 방어를 진행하기 위한 더욱 발전된 AI모델을 사용해야 한다는 ‘AI 대 AI’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AI 위험이 커질수록 AI 모델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모델 감시와 사이버 보안, 데이터 보호를 위한 별도의 연산 수요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I 모델 성능 향상
→ 사이버 공격과 통제 위험 확대
→ 안전성 평가·모니터링 수요 증가
→ 보안용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구축
→ GPU·메모리·네트워크 수요 확대
라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개발 속도 조절이 단기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투자심리를 압박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를 감시하고 방어하기 위한 AI’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개발 감속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단연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안전성을 이유로 모델 개발 속도를 낮추는 동안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문샷AI를 비롯한 오픈소스 모델이 빠르게 발전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아모데이 역시 자신의 글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중국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첨단 AI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제3국 데이터센터를 통한 원격 접근과 모델 증류, 모델 가중치 탈취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중국 기업의 실제 개발 속도와 규제 준수 여부를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속도 조절 합의의 실현 가능성은 낮습니다.
📌 [매크로 이슈]

AI 개발 속도 논쟁과 함께 시장을 압박한 또 다른 변수는 중동의 원유 공급 불안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홍해로 운송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는데요.
해당 송유관은 길이 약 1,200km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대체 수송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는 드론이 친이란 무장세력이 활동하는 이라크 지역에서 출발했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이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얀부항에 비축된 원유를 이용해 약 5∼7일 동안 기존 수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송유관이 복구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최대 4%가 추가로 위협받을 수 있는데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의 우회 송유관까지 동시에 불안해지면서 중동 원유의 주요 수송로가 모두 압박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늘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회담도 연기됐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관리하고 안전한 원유 수송을 보장하기 위한 임시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는데요.
오만 외무장관은 지역 국가들의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회담을 연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걸프 국가들이 기존 이란·오만 합의안의 내용에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새로운 회담 날짜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항구 봉쇄와 원유 판매 제한, 동결자산 문제 등에 양보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브렌트유는 약 2.6% 상승한 배럴당 107.36달러, WTI는 약 2.4% 오른 102.48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말 직전 외교적 협상 기대에 약 3%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린 것입니다.

AI 개발 감속과 유가 급등 리스크가 겹치면서 아시아 증시에서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습니다.
코스피는 약 3.3% 하락했으며 장 초반 SK하이닉스는 5%대, 삼성전자는 4%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AI 모델의 훈련 속도가 느려질 경우 HBM과 고성능 DRAM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메모리 기업에 집중된 것인데요.
일본 닛케이지수도 약 1.7% 하락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장 초반 약 7.9% 하락했고, 오픈AI의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에도 10% 이상의 강한 매도세가 이어졌는데요.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본토 증시도 보합권을 중심으로 등락했지만, 미국 AI 기업에 대한 공급망 노출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보다는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