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 폭락에 나스닥 급락…증시 랠리 끝 아닌 ‘순환매’인 이유
📌 [증시 시황]

오늘 미 증시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은 모두 지난 7월 29일 이후 가장 큰 일간 하락률을 나타냈는데요.
- 나스닥 100 지수: 29,490.96 (504.42/−1.68%)
- S&P 500 지수: 7,691.76 (53.30/−0.69%)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53,348.34 (117.01/−0.22%)
미국과 이란 사이의 추가 협상이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 속에서 국제유가와 장기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특히 최근 상승세가 강했던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유가와 장기금리 상승으로 성장주 전반에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장처럼 보이지만, 시장 내부를 보면 전날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전날에는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350개 이상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반도체만 강하게 상승했는데요. 반대로 오늘은 장중 기준 S&P500 구성 종목 약 300개가 상승권에서 거래됐음에도 반도체와 일부 AI 관련 대형주가 크게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S&P500 지수가 0.7% 가까이 밀렸습니다.
물론 미국 증시 전체의 매수세가 강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NYSE에서는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약 1.94배 많았고, 나스닥에서도 상승 종목 1,778개에 비해 하락 종목은 2,977개로 약 1.67배 많았습니다.
매크로 환경 자체는 여전히 증시에 부담이었습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85달러 선에 머물러 있으며, 30년물을 중심으로 장기 국채고금리의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장중 채권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면서 10년물 금리는 4.706% , 30년물 역시 5.28% 수준으로 고점에서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금리가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 증시가 장 내내 금리 상승과 함께 일방적으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매도세가 나타난 곳은 반도체 섹터였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하루 만에 4.98% 급락했으며, 구성 종목 30개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던 시게이트 9.16%, 샌디스크 9.02%, 웨스턴디지털이 7.43%, 마이크론이 7.02% 급락했고, AMD는 4.27%, 브로드컴은 3.17%, 엔비디아 역시 2.34% 하락했습니다.
따라서 오늘 반도체의 급락을 AI나 메모리 산업의 펀더멘털이 하루 만에 악화된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새로운 악재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가장 강하게 상승했던 종목들의 높은 변동성과 여름철 낮은 거래량 속에서 차익실현과 포지션 조정이 한꺼번에 나타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이날 미국 거래소 전체 거래량은 약 148억6,000만 주로 최근 20거래일 평균인 168억8,000만 주보다 약 12% 적었습니다. 강한 투매가 대규모 거래량과 함께 발생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얇은 시장에서 최근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반도체 종목들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모습입니다.
반대로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에너지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업종으로 이동했습니다.
S&P500 에너지 섹터는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1.8% 상승하며 11개 업종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고, 헬스케어 역시 1.6%, 필수소비재는 1.1% 상승했습니다. 금융주 역시 금융주 ETF인 XLF 기준 약 0.45%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정보기술 섹터는 반도체 급락의 영향으로 1.9% 하락하며 S&P500 전체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형 기술주 안에서도 이러한 차별화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애플은 1.45% 상승한 310.03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0.27%, 알파벳은 0.06% 상승했습니다. 반면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등 AI 반도체 기업들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같은 기술주 안에서도 완전히 다른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오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증시 전체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기보다는 “최근 가장 강했던 AI·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중동 리스크와 장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자체를 본격적으로 줄이고 있었다면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에서도 동시에 강한 매도세가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요.
하지만 이날은 S&P500 구성 종목 약 300개가 장중 상승권에 머물렀고, 에너지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가 오히려 1% 이상 상승했습니다.
따라서 최근 시장은 전날 ‘반도체 강세·나머지 업종 약세’에서 오늘 ‘반도체 약세·방어주 및 일부 가치주 강세’로 포지션이 빠르게 뒤바뀌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 섹터의 변동성이 매우 커진 만큼 향후에는 최근 급등했던 메모리·AI 하드웨어 기업들의 매도세가 단순한 차익실현에서 끝날지, 아니면 다른 성장주까지 확산될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제 시장은 앞으로 발표될 연준의 7월 FOMC 의사록과 다음 주 엔비디아 실적 그리고 잭슨홀 미팅에서의 케빈 워시 연준의장의 발언 등을 통해 고금리와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기업 실적과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