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시황] 장기금리 꺾이고 모더나 177% 폭등…AI 밖으로 번지는 순환매
오늘 미 증시는 S&P500과 다우지수는 상승했지만, 나스닥은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53,468.36 (120.01/+0.22%)
- S&P 500 지수: 7,707.98 (16.22/+0.21%)
- 나스닥 100 지수: 29,426.02 (64.94/−0.22%)

오늘 시장의 가장 큰 상승 동력은 그동안 증시를 압박했던 미국 장기 국채금리의 급격한 하락이었습니다.
미 재무부는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기존 장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이른바 ‘국채 바이백’ 규모를 현재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10~20년물과 20~30년물 명목 국채이며, 새로운 규모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조치가 연준의 양적완화처럼 시중에 새로운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는 정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무부가 상대적으로 거래가 뜸한 기존 장기채를 재매입해 장기 국채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고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장기금리에 따른 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조치에 가깝습니다. 실제 바이백된 국채 역시 신규 국채 발행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전체적인 자금조달 필요액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이번 발표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은 최근 장기채 금리 상승이 증시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소식에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5.187%까지 약 10bp 급락했고, 장 후반에도 약 5.20%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미국 10년물 역시 4.65% 안팎까지 하락하며 최근의 급격한 금리 상승분을 상당 부분 되돌렸습니다.
결국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던 장기금리가 빠르게 내려오면서 위험자산에는 숨통을 틔워준 겁니다.

장 내부의 흐름을 보면 오늘 장이 얼마나 종목과 섹터별로 크게 엇갈렸는지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과반이 상승했고, NYSE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상승 종목이 1,755개, 하락 종목은 996개로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약 1.76배 많았습니다. 즉 일부 대형 AI·반도체 기업의 약세 때문에 지수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실제 시장 내부의 투자심리는 지수보다 훨씬 양호했던 겁니다.
섹터별 수급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S&P500 섹터 ETF 기준으로 헬스케어가 +3.48% 상승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경기소비재 +1.92%, 소재 +1.41%, 필수소비재 +1.10%, 부동산 +0.84%, 커뮤니케이션서비스 +0.77%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전날 강했던 에너지는 -0.17%, 금융은 -0.62%, 산업재는 -0.89%, 정보기술은 -1.13%를 기록했습니다.
즉 전날에는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에너지와 헬스케어·필수소비재로 이동했다면, 오늘은 장기금리까지 하락하면서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경기소비재·소재·부동산 등 보다 다양한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기업은 단연 모더나였습니다.
모더나는 머크와 공동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한 임상 3상에서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mRNA 기반 암 백신이 대규모 후기 임상시험에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큰데요.
모더나와 머크는 규제당국과 허가 절차를 논의 중이며, 승인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환자들에게 제공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전체 임상 세부 데이터와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상업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데이터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소식에 모더나는 하루 만에 무려 +177.24% 폭등한 174.38달러에 마감하며 사상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대형 기술주 안에서도 흐름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특히 아마존은 2.45%, 애플은 2.21% 상승하며 강한 흐름을 보였는데요.
최근 AI·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수급이 소비재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메가캡 기업으로 분산되는 가운데 장기금리까지 하락하면서 고평가 성장주의 할인율 부담이 일부 완화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테슬라 역시 4.27% 상승한 351.12달러에 마감하며 최근 약세에서 반등했습니다.
이날 주가를 단독으로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기업 내부 뉴스는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따라서 장기금리 하락으로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자동차 할부·리스 등 금융비용이 향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 일부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암호화폐 관련주도 강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특히 USDC를 발행하는 서클은 장중 12% 이상 급등했는데요. 가장 큰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금융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의회에 클래리티 법안 통과를 직접 촉구한 것이 있습니다.
클래리터 법안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고 SEC와 CFTC의 감독 권한을 명확하게 하는 법안으로,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큰 부담이었던 규제 불확실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제체계인 지니어스 법안을 법제화한 만큼 클래리티 법안까지 통과될 경우 USDC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서클에는 기관과 금융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채택 확대라는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됩니다.

반면 반도체와 AI 인프라 기업들은 여전히 쉽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날 약 5%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2.12% 하락하며 이틀 연속 강한 조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섹터 내부에서는 기업별 이슈에 따라 주가가 완전히 갈렸는데요.

그러나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인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마벨은 구글의 AI용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서 +9.92% 급등한 237.27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이번 계약에는 AI 가속기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과 네트워킹 등 구글 TPU 생태계에 필요한 여러 맞춤형 반도체 기술이 포함되며, 구글은 향후 조건 충족 시 마벨 주식 최대 5,897만 주를 주당 206.58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도 확보했습니다.
전부 행사될 경우 약 122억 달러 규모이며, 계약 목표가 모두 달성될 경우 마벨은 2033회계연도까지 최대 약 1,200억 달러의 매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구글 TPU의 핵심 파트너였던 브로드컴은 -4.61%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구글이 마벨을 새로운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브로드컴에 집중됐던 맞춤형 AI칩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마벨 계약이 구글과 브로드컴의 기존 계약이 종료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브로드컴은 올해 4월 구글과 차세대 AI 랙에 사용될 맞춤형 AI 반도체와 관련 부품을 2031년까지 공동 개발·공급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요.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마벨이 브로드컴을 완전히 대체했다기보다는,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이 공급업체를 복수화하는 전략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주주환원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 ADR은 장중 166.91달러까지 올라 전일 종가 대비 7% 이상 급등했지만, 반도체 섹터 전반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해 최종적으로는 +0.32% 오른 156.16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여기에 AI 산업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엇갈린 실적 흐름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의 2분기 매출은 67억 달러로 1분기 57억 달러 대비 18% 증가했습니다. 절대적인 매출 규모만 보면 여전히 빠른 성장세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3억 달러에서 123억 달러로 확대됐습니다.
반대로 앤트로픽은 2분기 매출이 116억 달러로 전분기 47억3,000만 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처음으로 오픈AI의 분기 매출을 넘어섰고, 소폭의 영업이익까지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업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된 '클로드 코드'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 역시 7월 말 기준 650억 달러 이상까지 올라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최근 반도체 조정을 해석하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을 비롯해 수많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최종 수요처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이퍼스케일러와 AI 기업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AI 서비스 기업의 매출 성장 속도가 인프라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이 막대한 CAPEX를 언제 수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픈AI의 2분기 성장 둔화가 이날 반도체 하락의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AI·반도체 종목들이 단기간 크게 상승한 뒤 차익실현이 이어지고 있고, 구글의 공급망 변화와 기업별 개별 이슈까지 동시에 나타난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다만 AI 산업의 막대한 투자 규모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최종 AI 서비스 기업들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오픈AI의 실적은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키운 추가적인 심리 요인으로는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AI 산업 전반의 수요가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도 아직 근거는 부족합니다.
앤트로픽은 오히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픈AI 역시 투자자들에게 3분기 들어 성장세가 다시 가속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오픈AI는 지난 7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GPT-5.6 Sol을 출시하며 코딩과 지식업무, 에이전트 기능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태입니다.
결국 오늘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매크로 변수가 모든 주가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장이라기보다, 국채 바이백에 따른 금리 하락과 모더나의 임상 성공, AI 기업들의 실적 격차, 구글의 AI칩 공급망 다변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까지 여러 개별 이슈가 동시에 충돌한 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섹터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곧바로 AI 사이클의 종료로 해석하기보다는 기업별 실적과 실제 AI 수익화 능력에 따라 주가가 더욱 강하게 차별화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적절하겠습니다.